김종건의 꽃 앞에 서면
미추(美醜)도,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만다.
이 모든 분별심(分別心)을 여지없이 다 뭉개버리면서
보는 사람을 무장 해제 시킨다.
욕심(慾心)을 무위(無爲)로 돌려내면서
행함이 없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는 세계를 소요하는 것이 이다.
시작도 끝도 없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태고의 우주가 피어나는 세계를 일화(一花)로 노래하고 있다.
우주 탄생의 소리 너머 소리를 그림으로 써낸 것이
김종건의 꽃 이다.
-이동국. 경기도 박물관장. 전 예술의전당 수석 큐레이터
삼여는 우주의 기운을 손끝에 담아 한글의 조형 안에 응축시킨다.
-최준걸. 서양화가
서예와 디자인의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삼여가
‘꽃’ 한 글자에 매달리는 것은 문자의 회화화(繪畫化)에 있다.
이는 서예의 시작이다.
글자는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그 목적만으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의미 전달의 목적 이외에 글자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서예는 예술로서 존재하기 시작하였고,
그 예술로서의 가치는 글자의 의미를 훌쩍 벗어난다.
한마디로 글자의 의미를 저버리고
순수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서예는 글자를 고집하지 않고 해체로까지
그 경계를 허물며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해정 김세호. 서예가
문자에 ‘획’이 있듯, 그림에는 ‘선’이 있다.
오랫동안 살아 있는 ‘획’을 긋던 삼여에게는
획이 선이고, 선이 획이다.
그가 문자와 그림의 경계에 선 순간,
그것이 글자인지 그림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
그저 살아있는 바람과 노래를 그리고 꽃과 아이를 쓸 뿐이다.
-이용제.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본관 전체 4층 중 2·3층 3개 전시실
총 3개 전시실
1988년 음악당과 함께 개관한 서울서예박물관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서예 전문 전시장이다.
4층 규모의 건축물에 2개층 3개 전시실과 2개의 수장고를 자랑하고 있다. 한중일 서예사 관련 고문헌「근역서화사」등 우리나라 근현대 서화사 자료와 동아시아 현대 서예작품 1,3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여 주최해 왔는데, 우리 서예사의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1988년 시작한 <한국서예사특별전>은 그중에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서예가 중국의 그것과 구별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서예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속적인 전시회를 통해 우리 서예와 서화를 관람객에게 전달해 왔다.
2002년 3월 ‘서예전문박물관’으로 승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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